야~ 오늘은 또 어디가냐?
응..양평!
또 양평가냐?
아니 그 양평말고 산너머 또 양평
...
내가 자주 말하던 그 양평말고 내겐 양평이 또있다.
흔히 올리던 그 양평은 중미산넘어 외가집동네 오빈리에 마지막남은 외가고향땅 '진흙골'이구
여긴 중미산넘기전 노문리에 있는 내가 태어난 나의 친가집이다.
문열면 보이는 요앞산너머 자주 가는 곳이 우리땅 사리골이고...
시시콜콜...ㅎㅎ
근데 그 고향집을 오늘 드디어...팔아버리게 되었다...ㅠㅠ
집은 사람이 안드나들면 자꾸 망가진다는데
몇년사이 발길이 뜸해서 그런지 집이 점점 허물어가는게 안타까웠는데
동네 마음씨좋은 아는분이 자기가 매입해서 이쁘게 꾸며 사시겠다고 해서
넘겨드리고 돌아왔다...
하루아침에 결정된건 아니었지만
왠지 정말 팔아버리고 나니 맘한구석이 훼엥~...
대문너머로 앞집의 멋드러진 기와지붕과 벽계구곡이 펼쳐져있는 그곳...
노문리 마을 맨위쪽에 자리잡고 있어 올라갈땐 다리는 좀 아프지만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수 있어 시원했던 그곳...
나와 우리가족의 허름한 고향집...
좁다랗고 이쁘게 잔디가 깔려있던 길이
차츰 사람발길이 닿지 않아 잡풀들이 무성해졌다.
35년전에 저길 처음 밟으시던 새하얀 며느리
이제 할무니가 되서 한번 쉬어 올라가는길이 되었다.
유난히 꽃을 좋아해서 시집온날부터 집주변에 뺑둘리 꽃을 심으셨던 우리 어무니.
이제 할무니 다 되셨다..ㅎ
왠지 우사에 소가 없으면 그리 쓸쓸해보인다...
그럴리 없겟지만서도 그래도 언젠간 저 우사에 혹여 소가 들어올까
헐어낼수가 없다...
뭐야 왠지 다들 분위기가 쓸쓸해보여.
이런 분위기 아니었는디..ㅋ
정들었던 집 마지막이니 잊지 않으려
열심히 셔터를 눌러제꼈다.
특히 저 화장실이 기억에 남는다.
ㅎㅎ나중에 애들한테 설명해줘도 믿지 않을 저 화장실.
저걸 무슨식이라고 설명해야 하나...
돌을 딛고 올라가 볼일을 보고 삽으로 흙을 덮고 다시 한쪽으로 퍼서 쌓아놓는다.
두어달 쌓아놓으면 그 높이도 꽤되거니와 냄새도 꽤나 된다..ㅎㅎㅎ
설사낳은날은 시망이여...ㅋㅋㅋ
아참 그리고 이곳이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인데
바로 전지전능하신 양박사님께서 태어나신곳이다!!!!!
ㅎㅎㅎ!!!
국내 유명한 역사학자들이 이곳을 성역으로 지정하고 영구히 보존해야한다고 학계에 보고.....
할리가 절대 없단다...ㅡㅡ;;;
여기는 안방옆에 붙어있는 메인부엌
어릴땐 저 시커먼 천정이 그렇게 무서웠었다.
그래서 고개들어 천정을 본적이 별로 없었다.
숨어있던 시커먼 식인박쥐가 푸더덕하고 얼굴을 덮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ㅎㅎ
부엌을 통해 뒷곁으로 나가면 장독대가 있다.
지금은 별로 없지만 예전엔 십여개가 놓여있었다.
간장,고추장.된장,오래된간장,썪은간장,검은고추장,곰팡이핀된장,곰팡이더핀된장,똥인지된장인지모를된장...
왜 그렇게 많았는지 도저히 알수없던 그 장독들...
그리고 우리집의 자랑
밤나무.
알이 통통하고 달달한 밤이 무척이나 많이 열린다
장대로 툭툭치면 지붕위로 후두둑~하고 떨어져 부리나케 처마밑으로 피하곤 했었다..
이젠 더이상 마음대로 할수 없는것중 하나겠지...ㅠㅠ
그리고 여긴 어무니가 가장 소중히 아끼는 사랑방과 우사
외할아버지는 절등을 짓는 목수셨는데
막내딸이 시집와서 살집이 너무 적었다고 생각하셨는지.
마침 아버지도 집을 늘릴필요성이 있으셨는데 맞아떨어졌는지
외할아버지께서 손수 사랑방과 우사를 지어주셨다고 한다.
1977년에 지었다고 직접 써넣으셨다.
우리 누나가 77년생이니까 사랑방님께서는 누나랑 친구시다.
그때 지은후로 뭐 거의 손댄건 없다고 한다.
저 사랑방에 앉아 문열고 누워있으면 기분 짱인데..ㅠㅠ
오리지날 퓨어 100% 흙벽...
소가 있던 우사.
왜꼭 우사는 대문옆에 있어서 지나갈라고 하면 소가 대가리를 내밀고 혀를 낼름거려서
어릴땐 대문열고 들어가는게 그렇게 곤욕이었다.ㅎㅎㅎ
소가 혓바닥으로 머리 핥을까봐..ㅋㅋ
마당한켠에 조그맣게 달구새끼도 기르는중.
아 그리고 여긴 우리 앞집인데
전에살던 할아버지가 그렇게 유명한 분이셨다는데...
바로 이할아버지
이항로선생님~!
난 할배가 뭐하셨는지 잘모르겠다만 집은 으리으리하고 참 좋더만ㅋ
12칸도 넘는게 아주 잘사셨던 분인가보다..ㅎㅎ
이항로할아버지가 사람들 가르쳤던 곳이라네..헐.
같은 동네사람인거 부끄럽지 않게 나도 공부좀 잘했어야 했는데..ㅎ
이만 각설하고
이제 더이상 추억으로 남을 이곳을 되짚어 본다...
더이상 볼수 없는 이집며느리에 집주변 돗나물뜯는 모습.
더이상 내려갈일 없는 이길...
한겨울 휭휭대며 밀고들어오던 그겨울의 성난눈바람...
밟고밟아 닳아 버린 문턱.
콧구녕에 손가락 꼽고 장난치던 6살짜리 꼬마아이...
동네아낙들 한자리에 모여앉아 스트레스 풀던 빨래터.
노끈하나 돌돌감아 잠구었던 우리집 자물쇠...
5월의 맑은 하늘......
긜고 그것들 뒤로 소소히 추억의 빈틈을 메꿔주던 소중한 조연들...
모두 거기 그대로 잘있거라^ㅡ^/
언젠가 시간이 흘러 그때도 거기 그대로 있다면
내 아이와 함께 다시 꼭 찾아올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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