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양박사의 그림일기

고물상 아저씨 훌리오님을 만나다.

jaguar79 2011. 10. 17. 11:55

 

 

 

  일요일오후 카페회원이신 버너/랜턴전문가이신 훌리오님댁을 방문했습니다.

전까지 서로 친분이 있었던것은 아니었고 제가 종종 훌리오님의 블로그를 방문해 버너/랜턴에 대해 문의를 드리고 답을 얻기도 하였고

이번에 새로산 석유랜턴이 문제를 일으켜 애태우고 있을때 훌리오님께서 흔퀘히 직접 손봐주시겠다고해서 저번에 랜턴을 맡겼고

오늘은 맡겨놓은 랜턴을 찾으러갈겸 댁으로 방문하였습니다.

 

 

 

 

 

 

날씨도 화창한 오후 훌리오님댁을 방문합니다.

원래 랜턴을 택배로 보내려고했는데 주소를 받고보니 집에서 직선거리513미터떨어진곳에서 살고계시더라고요.ㅎ

 

 

 

 

먼저 보내드린 랜턴수리가 어쩌면 오래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며칠되지않아서 다 수리를 마쳐주셨습니다.

와...이건 전자장비도 아니고 순전히 눈썰미로 고쳐야되는 물건같은데

전에도 느꼈지만 보통의 내공이 아니신분이라 짐작해봅니다.

 

사실 저도 별로 낯을 안가리는편이지만 훌리오님을 직접뵙는다는건 조금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아직 잘 모를뿐더러 훌리오님에 대한 이미지는 음...좀 깐깐하고 무뚝뚝한...

마치 방망이깎는노인에 나오는 그 꼬장하신 노인분같은 이미지였거든요.ㅎㅎㅎ(실례되는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골목길로 직접 마중나와 절 보자마자 반기시며 대뜸 손을 치켜올려 인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간에 딱딱했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ㅎ

 

 

 

 

 

 

이곳이 훌리오님의 아지트 '옥탑방'입니다.

옥탑방.

이름만 들어도 저에겐 설레는 공간입니다.

누군가에겐 가난의 상징이지만

저에게는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나만의 은밀하고 독보적인 공간의 상징이죠

 

중학교때부터 친구네집 옥탑에서 담배피고 술마시고해서 숨어있고해서 그런가 옥탑방에 올라오면 아주 편안합니다.

아 물론....훌리오님의 옥탑방은 저의 이런 퇴폐적인(?) 저의 과거속의 공간과는 전혀다릅니다..ㅎㅎ

 

 

그나저나 이게 몹니까?

각종재활용및 고철쓰레기류가 옥상바닥에 어지럽게 놓여져있고 그사이로 오솔길마냥 길만 나아있습니다.ㅎㅎ

훌리오님 묻지도 않았는데.

 

"아...원래 깨끗한데 이건 버릴거라 내다놓은겁니다."

 

 

라고 하시네요..

아니 그런건 사모님한테나 하는 변명이라고요...ㅎㅎㅎㅎ

뭐 이해합니다

덕후삘충만한 취미를 가지신분들의 변명습관을...

저도 그러니까요..ㅠㅠ

 

 

 

ㅋㅋㅋ

농담입니다..;;

 

 

앞서들어가시는길을 따라들어가니 입구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얼핏보면 각종 쓰레기같지만

덕력이 깊으신 분들은 알죠....후후후...

 

 

 

 

 

 

 

둘이 마주앉으면 꽉차는 이 공간이 훌리오님의 아지트입니다.

 

 

 

손님이 온다고 미리 준비하신 석유버너에 주전자올려 차까지 내주십니다.

고구마랑 같이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근데 이상합니다

라면도 양은냄비와 구공탄에 끓이면 맛이오묘하게 다르고

와인도 방사능을 쬐면 다르듯(?)

석유버너에 끊인 차맛은 한층 풍미를 더합니다.

못 믿으시겠다고요?

 

원래 차의 맛은 본디 다 똑같지만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컨디션으로 어떤 사람과 마시냐에 따라 달라지곤 합니다ㅎㅎ

 

그래서 다방아가씨 무릎에 앉아마시는 커피가 천하제일......응??여기까지...에헴...

 

 

 

 

지금 물끓이고 있는 이것은 옵티머스45입니다.

 

 

 

반짝반짝한 황동이 보기좋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에 쪄든듯한 이모습도 매우 이쁘네요

 

눈치 빠른신분은 아시겠지만

옵티머스45에 로라형헤드를 사일런스헤드로 교체하고

불조절레버를 직접자작해서 부착하셨다고 하네요.

레바엔 한글로 점화/소화, 거북선 문양이 선명하네요

훌리오님만의 특별한 황동버너입니다.

 

 

차를 마시며 훌리오님이 이번 바이퍼럭스환자에 대한 수술결과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보통 의사선생님들은 어디 아프냐 주사나 한대맞고가라.

하고 쌀쌀맞게 대하시는게 의례 그려러니 하는데

훌리오의사선상님께서는 환자의 상태,

몸관리요령, 컨디션유지법, 몸의 구조....등등 수많은 조언들을 해주셨습니다.

듣고 있자니 어려운 얘기도 있고 쉽게 알아들을수 있게 풀어서 말씀도 해주시고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에 혹시 전공이 이쪽이냐고 여쭈었더니

단지 취미로 공부한것뿐이라고 하십니다...단지 취미로 이정도...ㅎㄷㄷ

 

 

 

이날 옆에서는 또 다른 환자가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뭘 예열해서 녹여야 한다고 가스물리치료기(?)로 열찜질을 하고 있더군요.

 

얼마전 관심있게 보았던 콜맨메디컬투버너입니다

사진만보고 클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에 또또 지름신 기웃거리는데

이건 제가 소유할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빨리 지름신의 척추를 접어 쫓아내버립니다.ㅋ

 

 

 

  

랜턴설명을 마치고 절 위해 소장품 몇점을 꺼내서 보여주십니다.

 

 

하도 많은 애장품을 봤던터라 제가 다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제품은 국산버너중 가장작은 사이즈에 버너라고 합니다.

백패킹용으로 즐겨 사용하신다고합니다.

 

 

위에선 봤던 이제품입니다

맨앞.

황동이 무거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척가벼워서 백패킹용으로 활용가능하단 생각이듭니다.

일반버너보다 100그램정도? 더 무거울뿐입니다.

거진 차이없습니다.

크기도 머그잔만하네요

 

 

 

애장품들 입니다.

너무많아 다 설명할수도 없고 다 기억도 못합니다.

 

 

 가운데있는 다케이버너가 눈에 들어옵니다.

난로용으로 쓰기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놈입니다.

탱크용량도 크구요~

 

 

라이온 R124 버니인데 이건 민수용인데 국방색이라 귀한놈이랍니다.

때까리가 너무 곱습니다.@,.@

그냥 일반인이 봐도 매우 이뻐보이는데 훌리오님 눈엔 얼마나 사랑스러워보일까요..ㅎㅎ

 

 

 파텍..,브레..,AP.., 수공하면 스위스.

스위스장인들이 만들었다는 스위스제 랜턴...

 

 

POD...

 

 

훌리오님은 원래 산을 타던 분이십니다.

흠....산을 타신분답게 몸매가 아주....아...

그러니까....아.....그냥 노코멘트하죠....ㅎㅎㅎ

 

원래 상대방이 무기를 들었을땐 숙여야 하는법이죠...

손에 피켈을...컥...

 

 

어릴적 아버님께서 사람은 모름지기 취미가 있어야 행복하게 살수 있는거라며

너도 장기적으로 할수있는 취미를 가져보라고 하였고

그래서 선택하게 된것이 '산'이었고

그취미를 20년넘게 아직도 가꿔오고 계신것입니다.

 

벽한켠에 놓인 오래된 피켈들이

차곡차곡 쌓인 시간의 역사책이 되어 훌리오님의 과거를 잠시나마 상상해볼수 있게 해줍니다...

 

 

 

그중 가장오래된 물건을 보고싶다고 말씀드리니

한구석에서 이것을 꺼내보여줍니다.

응??

아니 이건 너무 깨끗해서 최근에 샀던 물건이라고해도 되겠는걸요?

했더니 훌리오님 21살때쯤 샀던 최초의 소장품이라고 하십니다...아이고야..

정말 오래되었군요.

 

근데 EPIGAS라고하면 일본제품인데 이건 마데인 영국입니다.

아~ EPIGAS는 원래 영국제품이었다고 하네요...오..그렇군요!

 

전체적인 상태가 너무 훌륭합니다

불몇번켜면 검게 삭어버리는 현대의 제품과는 비교도 안됩니다.

 

 

 

 

그나저나 이 가스버너를 보며 21살때쯤 날씬했었을듯한 훌리오님의 몸매를 생각해봅니다.

몸매가 원래 버너를 따라가는지 가스버너몸매에서 황동버너몸매로 변한 훌리오님을 보며 눈가가 촉촉...응...?

제가 뭔소리를...하하...^^;;;

 

 

 

 

 

  벗겨도벗겨도 끝이없는 훌리오님의 취미생활 또 다른 하나는

아아추어무선통신입니다.

카페에서도 소개가 된적이 있었지요.

이 통신장비들로 전세계사람들과 무선통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박!!

 

예전에 훌리오님 같은분들뵈면 바로 111 (구113) 눌렀겠죠?ㅎㅎ

 

 

 

B&O라디오도 보이네요.

직업의 특성상 해외에 나갈일이 많다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국내보단 해외가 이런물건들을 구하기 쉽겠죠?

그래서 그런지 참 진귀한 골동품들이 많습니다^^

 

물론 구하기 쉽다는 말은 단순히 정말 쉽다는말이 아니란걸 알고 계시겠죠?ㅎㅎ

 

 

 

 

 

훌리오님의 소장품은 대충 200점정도 된답니다.

200점...

보통 20~30개정도 있어도 마니아라고 불릴정도인데

이정도면 박물관 관장님이라고 불러도 될정도라고 했더니

손사레를 치시며 박물관할라면 아직 멀었다고 최소 2,000점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훌리오님의 작은 꿈은 어디 좋은 산밑에 작은 카페를 열고

이 소장품들을 진열해놓고 누구나와서 볼수 있고 가까이서 느낄수 있게 하고싶다고 하십니다.

단순히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닌 그냥 사람들이 좋아서,

돈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와서 쉬고 이야기나눌수 있는공간을 창조하는게 작은소망이시라네요^^

 

 

 

 

그꿈에 마음으로나마 작은 후원을 보내드립니다^ㅡ^

 

 

 

 

 마지막으로...

머지않아 훌리오님의 카페에서 석유버너로 끓인물에 커피믹스한봉다리 풀어서 마실날을 꿈꿔보며 이만 훌리오님댁 방문기를 마칩니다.

 

 

 

 

 

 

 

 

 

 

 

 

 

 

 

 

처음 훌리오님을 뵈었을때 들었던말이 뇌리에 남네요.

 

 빈손으로 가기 뭐해 과일한봉다리 사들고 찾아뵈었더니

히죽 웃으시면서

"난 이런것보다 석유한말이 더 좋다네~"

 

ㅋㅋㅋㅋ

이말 격하게 공감합니다.

 

 

 

 

 

 

덕심 깊으신 훌리오님 담에 또 뵙겠습니다!^^

 

 

 

 

 

편한것과 불편한것 그중 편한것이 좋은것은 맞는말이기도 하지만

편한것과 좋은것은 다르다

불편하더라도 좋은것 그것이 내가 버너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훌리오-